반도네온과 나와의 관계

 

반도네온(Bandoneón)은 아르헨티나에서 유명한 일종의 아코디언이다. 특히 탱고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악기이다. 반도네온이란 이름의 유래는 반도네온을 고안한 독일의 하인리히 반트(Heinrich Band)의 이름에서 왔다. 독일 선원이나 아르헨티나로 이주해가던 독일인들이 19세기 후반 전파하였다. 후에 아르헨티나에서는 반도네온을 널리 쓰게 되었다. 콘서티나와 같이 반도네온은 악기를 양 손에 쥐고 손가락으로 하나 이상의 단추를 누른 상태에서 악기를 누르고 폄으로써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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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만 해도 내가 사는 곳은 거리 공연이 활발한 유럽 만큼은 아닐지라도, 지하철 역 안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던 곳이었다. 지하철 역사 안에 연주자들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된 곳도 많았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론 거의 지하철 탈 일이 없었고, 역사에서 연주하시는 분들도 자취를 감추어서 지하철 안 소소한 공연들을 볼 기회가 없었다.

 

오늘 오랜만에 다운타운에 나갈 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반도네온을 들고 들어온 남자분이 갑자기 음악을 연주했다. 뭐하시는걸까 하고 쳐다봤는데 그 분의 발 밑에 '혼자서 어린 아들 키우고 있는 아버지인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쓰여져 있었다. 그 분의 처지가 안됐기도 했고, 좋은 음악 들려주시는데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지갑을 뒤져봤지만 카드만 들고다니는 내가 동전같은 게 있을리가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갈 일도 없었고, 콘서트나 연주회에 갈 일은 더더욱 없어서 오랜만에 라이브로 듣는 음악이 너무 반가웠다. 연주자분께 감사해서 뭐라도 드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ㅠㅠ너무 아쉬워서 앞으로 지하철 탈 때 동전을 따로 가지고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해피투게더>

처음 탱고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고등학생 때 본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였다. 영화의 배경 자체가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이고, OST도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들이다. 1997년 작이고 배우 장국영과 양조위가 서로 사랑하는 동성애 연인으로 나온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영화에 나온 OST를 전부 다운받아서 매일매일 들었던 기억이 난다. 탱고라는 음악 자체가 유럽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간 이민자들에 의해 생겨난 음악과 춤이라서 그런지 사운드가 묵직하고 구슬픈 느낌 나는, 어디엔가 한이 서린 듯한 소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게 탱고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탱고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소리인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도 처음 알게 되었다.

 

 

해피투게더 OST 중 제일 우울한 선율

https://youtu.be/sKU622phcXE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

오래 전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여행을 갔다온 적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면 거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반도네온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특히 관광객들이 몰리는 거리에 가면 거의 하루종일 반도네온 소리와 탱고 음악소리가 들린다. 거리에서 즉흥적으로 열리는 탱고 공연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르헨티나와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나라이고,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우리나라에도 반도네온 연주자가 많지는 않지만 몇 분이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했던 고상지씨가 가장 유명하다. 반도네온은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탄생하는 악마의 악기라고 하신다. 악마의 악기라는 어감이 반도네온한테 너무 잘어울린다.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1031137121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반도네온은 악마의 악기…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탄생한다"

 

 

오늘 낮에 지하철에서 들은 반도네온 소리 하나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탱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추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반도네온 배우기를 다시 버킷리스트에 추가했다. 꼭 배워보고 싶다.